시장형 맛이야기 정범석 나이테 동심원이 일흔 줄 헤아리는 고목이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식당에 출근한다 다시 꽃 피우고 열매 맺겠다고 달떴다 버팀목 두 쇤 뿌리에 새 힘이 생기고 세월에 거칠어진 목피에 윤기가 돈다 가지에 마실 나온 바람과 어깨춤을 추고 성근 은빛 이파리는 헤드뱅잉을 한다 고목이 열정을 리필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흔들던 바람 견뎌낸 지혜로 둥지 튼 새들 잘 품어 길러낸 사랑으로 심긴 땅과 새들을 자신보다 아끼던 희생으로 우듬지까지 새 꽃 피워 과실을 내어놓는다 찾아드는 젊은 새들이 엄마 손맛이란다 둥지 떠나 사는 새들이 고향의 맛이란다 2모작 경륜이 빚어낸 깊은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칭찬에는 고래 아닌 고목도 춤을 춘다 노쇠와 원숙의 두 갈림길에서 흔쾌히 원숙의 길을 선택하는 열 그루 고목 「에필로그」 태안시니어클럽의 ‘맛이야기’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을 고목으로 은유하여 시를 썼다.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, 또는 주위에서 듣게 되는 노인학대, 노인 경시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다. 한때, 이 사회가 굴러가는 한 바퀴의 소임을 충실히 담당했던 그들이 지금 그 역할을 못 한다고 해서 경시, 소외받아야 할 어떤 이유도 성립할 수 없다. 오히려 그들이 감당했던 경륜이 오늘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? 그렇다고 노인의 나이가 계급장이 될 수는 없다. 젊은 한때의 역할과 위치를 내세워 대접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. 경륜과 인내로 젊은이를 섬기는 덕이 필요하겠다. 노련이 존경받고 패기가 응원받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되기를 속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. [방인상 기자] |